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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날은 조금 쉬는 타이밍으로 한 이유는 이 날 일찍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5시 30분에 가는 버스를 타야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가야했다.

일찍 일어나는 건 성공했지만 구글 맵 보면서 가야했기 때문에 혹시나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었다.

다행히도 제 시간에 터미널까지 가는데 성공했고 버스도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었다.

 

 

카이로에서 3시간을 달려서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 탔을 때도 유리 깨진 걸 눈치챘는지 모르겠는데,

지금에서야 다시 또 새삼스럽게 생각난 걸 보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거 같다.

단지 달리면서 사막 사이에 길이 하나 있는 걸 보면서

옛날 영화에서 보던 미국 서부 사막을 달리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으로 그렇게 열심히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갑자기 온 업무 카톡도 바로 대응할 수 있었다.

 

 

역시 버스라 그런 건지 막힘없이 쭉쭉가서 제 시간에 도착하였다.

아무 것도 안 먹은 터라 뭐라도 먹을까 하고 노점상 쪽을 봤는데,

파리들이 잔뜩 앉은 걸 보고 저거 먹었다간 그날로 이집트 피라미드 하나 더 생길 거 같아 삼갔다.

 

 

이번에도 우버를 타고 목적지인 콰이트베이 요새까지 이동했다.

가면서 고양이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것은 전반적으로 이집트의 특징인 거 같았다.

 

 

이 요새는 15세기에 콰이트베이 술탄이 건립한 요새라고 한다.

나는 콰이트베이라길래 Bay, 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술탄 이름이 콰이트베이(قايتباي)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quite bay로 얼핏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나 해석해보면 "꽤 만"이라는  왈도체스러운 말이 되버린다.

 

여튼 뻘소리는 그만하고 나는 거진 5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지중해 바닷물과 재회했다.

전에는 크로아티아나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남쪽을 향해 보았다면,

이번에는 이집트에서 북쪽을 향해 보게 되었다.

그 때도 푸른 바닷물이었지만 이번에도 더 푸르른 바닷물이었다.

 

 

이런 요새에서 보는 바깥 풍경은 탁트인 곳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 곳의 수비대들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적들을 경계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그들은 이 바닷물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우리내 경계 근무처럼 빨리 교대 근무 인원만 기다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냥 지나쳤는데 이 곳을 청소하던 분이 사진 위에 있는 걸 가르쳐주면서 저런 것도 있다고 해주었다.

사진 찍고 나니 팁을 요구하셨는데, 못 보고 갈 뻔했던 거라 군말없이 주었다.

 

 

요새 안에서 나와서 사진을 찍었다.

안에서 창을 통하여 보는 것도 좋지만, 바다는 넓은 곳에서 보는 것이 좋았다.

 

 

이 날은 수요일이었는데 아침 일찍 어린 학생들이 견학을 온 것 같았다.

그래서 시끌벅절하였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그러러니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학생들 중 한 명이 나한테 사진을 찍어줄 것을 요청하였다.

처음엔 자기들끼리 왔으니 지네들 사진을 찍어달라는 건 줄 알았는데,

알겠다고 하니 폰이 아닌 나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게 좀 이상해서 나랑 왜 찍냐고 물어봤지만, 별 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동양인 혼자서 있는 게 신기해서 그랬던 것으로 보여 나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OK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많은 아이들이 나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약 10초간 스타의 느낌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거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다시 한 아이가 부르더니 나랑 미쳐 찍지 못 한 아이를 데려와서 같이 찍었다.

기왕이면 나도 한 컷 남기고 싶었지만, 혹시나 폰을 들고 갈까봐 미쳐 그러지는 못 했다.

 

 

콰이트베이 요새에서의 짜릿한 경험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으로 향했다.

여기는 걸어서 50분이면 갈 수 있었는데 알렉산드리아 바닷가를 구경하면서 가보고 싶어서 그냥 걸어갔다.

가면서 파란색 차가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범상치 않아 보이는 연식의 차로 보이는데 제조사가 라다, 러시아 꺼였다.

 

 

보통 라다 차는 검정색과 노랑색이 섞인 알렉산드리아의 택시로 이용되고 있었다.

문득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흥정의 피곤함 때문에 택시는 타지 않았다.

 

 

50분을 걸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도착했다.

물론 고대에 있었던 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아니지만,

그 유지를 이어받기 위해 현대화된 모습으로 건설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도서관은 입장료를 받았는데 외국인과 이집트인의 비용이 달랐다.

뭐 그거야 그런데 도서관 입장료는 여기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라 받는 거겠지?

 

 

확실히 내가 봤던 도서관들 중에서는 큰 도서관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도서관인만큼 실제로 공부하고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방해되지 않도록 구경을 하였다.

 

 

내가 물리학과였던만큼 파인만의 물리학책도 눈에 띄었지만, 

역시나 가장 찾고 싶었던 건 우리나라 책이었다.

그리고 진짜로 우리나라에서 보낸듯한 책 몇 권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다른 코리아를 상징하는 김일성에 대한 책도 있었다.

 

 

나야 놀러왔으니까 시간 감각이 무뎌져서 잘 몰랐지만, 평일 오후이다보니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앉아있었다.

그래서 좀 쉬기 위해 앉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와중에 2002년 월드컵 관련 책이 있길래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저게 언제적 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고 유상철 선수, 이영표, 이운재 등이 눈에 띄었다.

유상철 선수가 우리 곁을 너무 빨리 떠났다는 것이 슬플 따름이다.

 

 

도서관 구경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이번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나와 사진을 찍자고 했다.

물론 도서관이라 조용히 찍었다.

사실 처음엔 남자랑 여자랑 같이 있었는데 남자만 요청하길래 무슬림이라 여자는 좀 그런가 했는데, 

찍고 나서 여자도 같이 사진을 찍었다. 

 

 

특집이었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전 이집트 대통령인 안와르 사다트에 관한 내용도 전시하고 있었다.

이스라엘과의 갈등을 푼 인물이지만 그 때문에 암살당한 인물이다보니 여러모로 할 말이 인물이라서인 것 같다.

 

 

지하에는 박물관도 있었다. 그래서 잠깐 구경하고 나왔다.

뭐 여기는 그냥 도서관 부속 박물관 정도의 느낌이었다.

 

근처 카페에서 대충 끼니를 해결하고 다시 우버를 타고 왕실 보석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중간에 잠깐 졸았는데 다시 정신차려서 별 문제없이 내렸다.

 

 

여기는 이전 이집트 왕실이 소유했던 귀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반짝반짝한 걸 보니까 기분이 좋긴 했다.

 

 

보석 외에도 왕실에서 사용했던 식기 등도 전시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고대 이집트가 아니라 이집트가 공화국이 되기 이전에 있었던 왕실의 유물이다.

이들은 나세르가 일으킨 쿠데타로 쫓겨났다고 한다.

 

 

무기랑 욕실도 보았는데 역시 왕실용이라 매우 고급스러웠다.

그리고 여기도 신발에 비닐을 씌우고 봤는데, 그래도 왕실이 쓰던 거라 때타지 않도록 하려는 것 같았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밖에서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 화장실을 갔는데 어떻게 또 눈치채고 비누랑 수건을 주더니 어김없이 팁을 요구했다.

내기 싫었지만 어차피 협상이 되지 않을 것이 뻔하기에 다시 돈을 내었다.

이 놈의 팁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다.

 

 

근처 KFC에서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었다.

다른 건 아는 맛인데 묘하게 저 밥같은게 좀 색다른 맛이었다.

마가린이나 버터가 들어간 듯한 맛이었다.

 

 

 

버스 시간까지는 2시간이나 남았지만 딱히 할 것도 없고

교통 사정을 보니 괜히 늦게 갔다간 차를 놓칠까봐 그냥 일찌감지 터미널로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터미널은 아침이나 저녁이나 시끄러웠다.

 

버스를 타고 11시가 되어서야 카이로에 도착하니 숙소에서 알렉산드리아에 갔다왔냐고 물어보았다.

아마도 안 갔으면 알렉산드리아 투어를 소개해줄려고 했던 거 같은데 오늘 갔다고 말하였다.

잘 갔다 왔다고 하니까 이집트의 다른 곳들도 구경하는 것을 추천하였다.

물론 그럴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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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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