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지만 이슬람이 주류인 국가 답게 별 다른 건 없었다.
그냥 우리나라처럼 간간히 보이는 트리 같은 거만 있었다.
아침으로 계란 지단 같은 것이 나왔다.
특별히 알레르기가 없는 이상 계란 요리는 만국 공통으로 나오는 듯 했다.
오늘은 누룰라보이 궁전으로 갔다.
문이 닫혀 있어서 오늘은 안 하는가 싶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출구가 여기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물론 내가 그걸 알아들을리는 없지만 손짓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궁전이라고는 하지만 어딘가 소박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동안 너무 잘 나갔던 나라의 궁전을 봐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히바 칸국의 궁전은 내게는 그런 느낌이었다.
어쩌면 쇠퇴기였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
히바의 사진들도 있었다.
3번째 사진이 히바의 칸들 사진인데, 유독 저 2명이 많이 보였다.
물론 가장 최근의 칸이고, 이 궁전 역시 그들이 사용했을 거라서 있는 게 당연하지만
아무래도 망국의 왕이 조명받는 게 이상하긴 했다.
저걸 볼 때마다 느낀 거지만 저 나무 기둥들은 어디서 구해왔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이랑 히바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건물이 마드라사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원래 이 동네 건물 양식인건지 궁금하긴 하다.
이런 건 이슬람이 주류지만 아랍에미리트나 이집트랑은 달랐다.
그림들도 있었지만, 아는 화가일리가 없으므로 그냥 잘 그렸네란 생각 정도만 했다.
아무래도 나는 사진에 더 끌렸다.
이 사진은 우즈베키스탄의 유명 사진작가인 후도이베르겐 데바노프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가 히바 출신이라 그런지 히바에 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두 마지막 칸이 사용했을 것 같은 물건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여자들의 장신구나 그릇같은 것도 있었다.
날씨가 흐리고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이라 삭막한 느낌이 들었지만,
만약 여름에 갔다면 또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회사도 그렇고 언제 또 다른 일들이 일어나지 몰라
휴가를 최대한 아끼다보니 이럴 때 말고는 못 간다.
그 와중에 눈길을 끈 건 부엌이었다.
유튜브에서 우즈베키스탄 식당의 조리 시설이 야외에 있던 건 봤는데,
궁전의 식당이 이렇게 있는 것은 좀 신기했다.
그러고보면 생각보단 덜 추워서 이렇게 뚫려있는 것 같다.
여기 있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히바 칸국의 칸이 보르지긴, 즉 칭기즈 칸의 후손들 중 마지막 칸이라고 한다.
그 대제국의 후손이 이렇게 되었다는 게 어딘가 쓸쓸하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칭기즈 칸이 고려 시대 인물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 중에서 계속 칸이 있었다는 게 더 신기한 것 같다.
응접실 같은 곳에도 가보았다.
사실 문이 닫혀 있어서 들어가도 되는지 몰랐으나
다행히도 문을 당기니 열려서 들어갈 수 있었다.
어제 이친 칼라도 그렇고 항상 문단속을 하게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오래도지 않아서 그런가 궁전보단 대통령 관저 느낌이 더 났던 거 같다.
TV로 봤던 청와대 느낌도 나는 것 같고.
그리고 다시 이찬 칼라로 돌아가서
전날에는 따로 돈을 내야해서 들어가지 않았던 곳에 갔다.
결혼식 인파가 들어가 있어서 강당 같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좁았고 그것보다 무덤 같은 게 있어서 더 놀랬다.
누군가는 기도를 하고 있어서 아마도 성인 같은 사람이었던 거 같다.
나가기 전에 과자 하나를 주어서 먹었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결혼식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그리고 어제 본 낙타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
점심은 근처 식당으로 가서 먹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밥먹으러 온 사람은 나 말고는 없었다.
여튼 그래서 플로프와 라그만을 먹었다.
라그만은 처음 접해본 우즈벡 음식었는데 얼큰한 칼국수라고 해야하나,
그랬던 거 같고 플로프는 기름진 볶음밥이었다.
관람차와 너무나도 밝았던 달 사진으로 히바 일정을 마무리한다.